갈망을 채우고 싶습니다.

 

 


 

 

 헌터는 다른 이들이 소원을 이루고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온다는 한 수호자가 다른 사람을 머릿속에 불러오고 싶다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이들이 이미 그런 소원이 있다며 왁 하고 소원의 벽으로 우루루 달려갔다. 아마 안전장치 아니면 방랑자를 불러오겠다고 투닥거리고 있겠지.

 

 ‘방랑자가 자기는 수호자들 머릿속 그만 보고 싶다던데….’

 

 헌터는 잠깐 머리를 삐딱하게 기울였지만, 곧 신경을 껐다. 방랑자가 투덜거리는 거야 제 알바가 아니었다. 조금쯤은 그 뺀질이가 당황하는 꼴을 보는 게 즐겁기도 했다.

 

 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다른 이들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아마 이왕 왔으니 이것저것 다른 소원도 빌려는 거겠지. 소원이라…. 헌터는 레이드 배너를 툭툭 치며 생각에 빠졌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고 있을까.

 

 수호자들끼리 농담삼아 천목이니 리븐의 파멸이니 빛나는 열쇠니 말하곤 하지만, 진짜 바라는 것들이야 따로 있을 터였다. 갓 태어났다고 해서 욕망을 모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별로 가진 게 없기 때문에 더 갖고 싶은 게 많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사람 여섯명이 모였는데 그들이 한점 삿되지 않게 깨끗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뭐어, 그 덕분에 리븐이 제 마지막 소원도 못 이루고 루프에 빠진 게 좀 골치이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기 스무 번은 넘게 온 헌터도 아직 소원이 있었다. 뭐냐면….

 

 ‘리븐 갖고싶다.’

 

 다른 수호자들이 들으면 기겁할 생각을 헌터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좀더 적확하게 말해서, 헌터는 아함카라를 키우고 싶었다. 리븐이 지금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함카라이므로 아주 틀린 소원도 아니었다.

 

 아함카라. 헌터는 두 눈을 지긋히 감고 리븐을 떠올렸다. 오므려졌다가 다시 벌어지는 머리덮개, 햄스터처럼 까맣게 반짝이는 콩눈들, 턱 가운데가 쪼개져 있는 것까지 마음에 들었다. 굴복자가 되기 전에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까? 진작에 리프에 들리지 못한 게 그토록 후회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마 들렸더라도 리븐을 보지도 못했겠지만!

 

 헌터가 처음부터 아함카라에 꽂힌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헌터가 지금 무엇도 키우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다. 아니 정말이지, 꽁꽁 숨겨놓고 몰래몰래 키우던 새끼 벡스를 어떻게 알고 왔는지 워록이 아이코라와 함께 쳐들어 온 거지? 뭐? 벡스정신에 연결되면 위험하다고? 나도 알아! 그래서 사기라가 몰래 떼다준 무한의 숲 리소스 조금에 안전장치가 황금기 인공지능의 힘을 이용해서 단독지능을 가진 벡스로 키우려고 했건만, 워록은 더 화를 냈다. 정말이지 실험정신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너보다 내가 더 워록 같으니 네 완장 떼서 나한테 붙여놓으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헌터와 기가 차서 뒷골 잡고 쓰려지려는 워록을 보며 아이코라가 한숨을 푹푹 쉬었더랬다. 아이참. 아이코라님도 한창때 이랬을 거잖아요.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헌터가 무슨 펄쩍쇼를 해봤자 아함카라를 키울 순 없다는 것이었다. 리븐 자신도 ‘나 혼자 남았다’고 결론내린 아함카라를 헌터가 어디서 찾을 것이며, 또 키우겠는가. 하물며 리븐이 미쳤다고 헌터한테 키워지겠는가?

 

 그랬다.

 리븐은 미쳤다.

 엄청나게 미쳤다.

 그 똑똑한 녀석이 말이다!

 

 원래 미친놈들의 최고봉은 자기가 똑똑한 줄 알고 미치는 놈들이었다. 그 미친 머리로 영리하게 궁리하는 데다가 능력까지 걸출하니, 오호통재라.

 

 그리하여,

 

 레이드가 끝나고 헌터는 자기 주머니가 불룩해진 것을 느꼈다. 그는 아무생각 없이 자기 주머니를 열어보았다가, 눈을 끔벅이고, 천장을 한번 보고, 다른 수호자들을 한번 보고, 다시 주머니를 봤다가, 오 초 동안 침묵하고, 주머니를 잘 닫은 다음에 재빠르게 탑으로 갔다. 워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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